교통약자의 목소리를 현실로
직장인 정원희 님은 매일 아침 고민합니다. 장애인 콜택시를 부를지, 혹은 대중교통을 이용할지. 콜택시를 불러야 한다면 몇 시가 좋을지, 비가 오는데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이동에 관한 여러 가지 변수로 마음 편할 날 없는 원희 님에게 교통약자 전용 차량 R1은 ‘보통 사람들처럼 이동하고 싶다’는 바람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경기도 화성의 제1동탄 신도시에서 R1을 통해 시범 운행되는 교통약자 이동 서비스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정원희라고 합니다. 매일 열심히 출퇴근하며 살고 있는 직장인이에요.
교통약자 전용 차량 R1의 출범을 위한 사전 리서치에 참여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떤 계기로 함께하게 되신 건가요?
저는 활발한 사회생활과 활동을 하고 있는 휠체어 이용자예요. 이동 수단에 대한 관심이 많고, 바쁜 타임라인 안에서 효율적으로 이동하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이용하고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휠체어 탑승 가능 차량에 대한 다양성이 많이 부족해요. 비용 지급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죠. 그러던 와중에 지인으로부터 셔클이 교통약자 전용 차량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이런 서비스를 누구보다 필요로 하는 입장으로서, 저 같은 사람이 목소리를 낸다면 더 좋은 솔루션이 나오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동안에는 주로 어떻게 통근하셨나요?
회사에서 도보로 20분~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서, 날씨가 좋으면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수 있어요. 문제는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운, 혹은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씨인데요. 그런 날에는 일단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요. 그런데 장애인 콜택시는 값이 저렴하다 보니 이용하려는 분들이 많거든요.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이용자가 더 몰려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죠. 차가 막히면 도보로 가는 것보다 훨씬 오래 걸릴 때도 있는데요. 그런 여러 변수를 고려해서 일찍 호출을 하면 어떨 때는 제가 미처 준비를 하기도 전에 도착해 버려요. 정말 시간이 잘 맞아야만 탈 수 있는 거죠.
대중교통은 어떤가요?
집과 회사를 오가는 버스가 전부 저상버스는 아니어서, 만약 저상버스가 오는 타이밍과 잘 맞고 내부가 너무 혼잡하지 않다고 하면 버스를 타요. 지하철은 그다음으로 고려하죠. 승강장으로 내려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경쟁이 꽤 심하거든요. 어떨 때는 엘리베이터만 10분 넘게 기다릴 때도 있어요. 장애인 콜택시를 포함해 세 가지 수단이 다 어렵다고 판단될 때는 꾹 참고 도보로 이동하고요.
출근하는 것 자체가 너무 큰 스트레스겠어요.
정말 힘들었죠. 그래서 일부러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집을 구한 거예요.
리서치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었나요?
실제 차량에 탑승 후 이용을 해보면서 주어진 질문지에 답변하는 방식이었어요. 탑승 전에는 ‘평소 이동 방법’, ‘선호하는 이동 수단’, ‘기존 이동 수단의 장단점’처럼 과거의 이동 경험 위주로 질문이 이루어졌고, 그다음에는 탑승부터 이동, 하차까지의 전체 흐름을 체험하면서 단계별로 피드백을 드리게 됐죠.
리서치에 참여하시면서 눈여겨봤던 부분들은 어떤 부분이었을까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차량에도 종류가 다양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R1처럼 측면으로 탑승할 수 있게 만든 차량은 제가 알기로 없었던 것 같아요. 전부 후면 탑승이고, 맨 뒷자리에 약간은 짐처럼 실리는 느낌이 드는 탑승 경험이 전부였거든요. 새로운 시도를 해주셨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게 느껴졌고, 이와 더불어 서비스 측면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이런 특수 차량이 새로 나왔다고 했을 때 경사로나 안전벨트 같은 물리적인 부분에서의 개선 정도만 이루어졌을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그런데 R1은 터치식 디바이스를 통해서 굳이 입 밖으로 소리내 말하지 않아도 기사님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도록 만들었더라고요. 그런 건 고가의 택시 서비스에서나 제공하는 기능이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상당히 고민을 많이 하셨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 공식적으로 R1 차량이 출범하면서 다시 한번 이용을 해보셨어요. 한 번 더 탑승해 보며 느낀 R1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전에 일본과 영국에서 측면으로 탑승하는 차량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도 측면 탑승 차량이 나와서 기뻐요. 후면으로 탑승해서 뒷자리에 앉게 되면 승차감이 정말 안 좋거든요. 차가 막히거나 장시간 이동을 하게 되면 몸이 더 힘들죠. 꾹 참고 견뎌야 하는 시간이었달까요. 동행인과 나란히 앉을 수도 없어서 같은 공간에 있어도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잘 안 들었어요. 그래서 ‘나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차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제 R1 덕분에 가능해졌어요.
2열에 앉으면 시야도 더 확보되잖아요.
맞아요. 후면 탑승 차량은 보통 차체를 낮춰서 그 아래 휠체어를 싣는 구조다 보니까 앞자리 시야를 공유하기가 어려운데, R1은 2열에 앉을 수 있어서 훨씬 더 시야가 트인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에는 약간의 이동이 가능하거든요. 장시간 이동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옆자리로 옮겨 탈 수도 있으니까 그런 부분이 정말 좋아요.
좋은 점이 있다면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조금 더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을 꼽는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측면 탑승을 할 때 기사님께서 수동 발판을 설치하셔야 하는데요. 아무래도 수동이다 보니 일반 후면 탑승 차량보다는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에요. 결국 일상에서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5분, 10분도 중요하니까 그 부분이 조금 아쉽기는 한데요. 그래도 저는 R1이 상용화된다고 하면 R1을 선택할 것 같아요. 승차한 이후의 경험들이 훨씬 좋으니까요.
셔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려요.
아직은 초반이어서 당연히 시행착오가 많으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교통약자도 워낙 다양한 상황과 환경에 놓여 계신 분들이 많으니, 모든 사람의 욕구를 다 충족하기란 쉽지 않겠죠. 원하는 만큼의 결과가 안 나올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이어가신다면 저희 같은 교통약자들에게는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이런 특수 차량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점점 더 늘어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고령화 시대이다 보니 휠체어를 타는 어르신들이 앞으로 더 많아지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부분을 고려했을 때 R1은 이 시대에 너무나 필요한 솔루션인 것 같아요. 어느 정도 상용화가 되고 차량이 더 많이 공급되면 이용자도 더 늘어나는 선순환이 있을 테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발전시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셔클은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 놓인 교통약자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적절한 차량 솔루션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개선을 거듭하여, 교통약자분들의 이동 불편을 줄여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