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패스의 성과, 1년을 돌아보다
셔클이 세종시에서의 실증 사업을 종료하고, ‘이응패스’라는 이름의 통합 교통 서비스를 선보인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지역의 주요 교통수단을 통합하고, 시민들의 이동 경험을 고도화한 새로운 교통패스 모델로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대중교통 활성화를 넘어 사회적 편익 창출까지 긍정적인 변화를 끌어낸 셔클은 이제 이응패스의 성공을 기반으로 더 많은 지역과 교통수단으로 확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응패스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그 과정이 궁금합니다.
신유진 저는 서비스기획파트 소속으로, 지자체 담당자분들과 만나 다양한 의견을 수집 및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요. 세종시에서 DRT 운영 성과를 낸 뒤 지자체와 협의를 이어가면서, 대중교통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통합 브랜딩에 대한 니즈를 확인하게 됐습니다. 그 맥락에서 이응패스를 기획하게 됐죠. 먼저 누가 쓰는 건지, 어떤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혜택받는 주기는 어떻게 되는지와 같은 부분들을 협의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여수빈 서비스기획파트가 ‘무엇을, 왜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제가 속해 있는 서비스UX파트에서는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초점을 둡니다. 정책이 정해지면 이를 사용자 관점에서 이해하기 쉽고 쓰기 편하도록 풀어내는 거죠. 초기에는 꼭 필요한 기능 위주로 구조를 잡아 빠르게 론칭했고, 이후 현장 운영과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하나씩 보완해 오면서 지금의 이응패스 형태로 발전시켜 왔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은데요.
신유진 지역의 이동 특성을 고려해서 독자적인 교통패스 모형을 만들어야 했는데 사실 쉽지만은 않았어요. 세종시는 정부 기관이 밀집된 행정수도라 다른 지역에서 출퇴근하는 분들이 많아요. 전국에서 청소년 비율이 가장 높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대중교통보다 자가용 이용률이 높아서 더 많은 사람을 대중교통 이용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미션이 있었습니다. 이런 특성을 기존의 대중교통 요금제로는 해소하기 어려웠어요. K-패스는 청소년이 사용할 수 없고, 기후동행카드는 이동량이 많은 경우에 특화된 요금제여서 세종시처럼 이동량이 적은 지역은 맞지 않은 모델이었어요. 지자체 담당자분들과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 세종시의 성인, 어르신, 청소년까지 연령대별 이동 특성에 최적화된 교통패스를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여수빈 다른 산업군의 레퍼런스를 찾아보면서 기획에 참고를 했어요. 이응패스도 일종의 멤버십 개념이라는 점에서, 커머스나 금융 서비스의 멤버십 화면 정보 구성 요소와 발급 시나리오를 참고하기도 했죠. 다양한 사례를 살펴보면서 이응패스에는 어떤 식으로 적용해 볼 수 있을지 검토하고 실험하면서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특히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여수빈 이응패스에는 세종시의 공공 자전거인 ‘어울링’ 이용이 포함되는데요. 이 어울링을 개발한 업체와 API를 연동하고 데이터를 주고받으면서 정책이나 품질을 맞춰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기존에 연동했던 전기 자전거나 킥보드와 달리, ‘대여소 기반의 공공 자전거’라는 점에서 사용 시나리오가 달라지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어울링만의 독자적인 기능들도 있었고요. 그래도 이견을 조율해 가면서 어울링을 성공적으로 패스에 적용했는데, 이게 이응패스의 후킹 포인트 같은 역할을 하는 거예요. 이응패스 이용자 10명 중 4명은 어울링을 이용하고 있고, 세종시 전체 대여 건수의 32%가 이응패스 가입자의 이용 내역으로 나타났어요. 그래서 지금은 저희나 어울링 개발 업체 모두 만족스러워하고 있습니다.
확장성 측면에서도 많이 고민하셨다고요.
신유진 세종시의 지역 환경과 인구 변화에 따라 필요한 이동 수단과 이동 수요도 변할 것을 염두하고 확장성 있게 설계했어요. 이런 확장형 구조 덕분에 다른 지역의 교통패스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고 해도 그 지역의 이동 니즈에 최적화된 맞춤형 패스를 빠른 속도로 제공할 수 있게 됐죠. 지금 이응패스에서는 어울링도 함께 이용하고 혜택받을 수 있도록 설정이 되어 있는데, 만약 다른 지역에서 그 지역에 특화된 다른 교통수단을 포함하고 싶다고 하면 그것에 맞게 설정을 바꿀 수 있어요. 세종시는 평지가 많아서 어울링의 수요가 높지만, 경사가 많은 지역이라면 사설 전기 자전거 업체와 제휴를 맺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는 거죠.
여수빈 혜택을 주는 방식도 선택할 수 있어요. 후불 정산으로 교통카드 사용 내역을 모아서 월 단위로 돌려줄 수도 있고,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마다 즉시 할인해 주거나 패스 사용자에 한해 무료로 이용하게 할 수도 있죠. 이처럼 확장성을 고려해 어떤 상황에나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게 저희 패스의 장점이에요. 얼마 전부터는 이 시스템을 기반으로 광주에서도 교통패스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지자체로 확장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개선했던 사례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신유진 운영 데이터는 매달 체크하고 있는데요. 특히 여러 개선 사항 중 우선순위에 대해 조율할 때 데이터를 많이 살펴보는 편이에요. 이응패스 초반에 어르신들이 사용하기 어려워하신다는 피드백을 들었는데, 데이터를 보니까 어르신들의 카드 발급 비율이 되게 높은 거예요. 발급은 하셨는데 사용을 못 하시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어르신 간편 가입’이라고 해서 어르신들 전용으로 웹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지금은 70세 이상 어르신 중에 40%가 이응패스를 사용하고 계시죠. 굉장히 높은 비율이에요.
여수빈 한 번은 데이터를 봤는데, 이응카드를 발급받고 앱에 접속까지는 하시는데 패스 이용 등록을 마치지 않는 사용자들이 20% 가까이 되는 거예요. 카드 발급 후 앱에서도 등록 과정을 거쳐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카드만 발급받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던 거죠. 그래서 그런 분들을 대상으로 알림톡을 발송하기 시작했어요. ‘카드는 발급받았는데, 패스를 아직 발급받지 않으셨네요. 패스까지 발급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같은 내용의 알림톡이었죠. 그러니까 그 알림톡을 받은 사람의 60% 정도가 바로 패스를 발급받으시더라고요.
이응패스 운영 1년 동안 여러 성과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중에서도 셔클에게 특히 의미 있는 성과들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여수빈 이응패스가 월 정액형 교통패스거든요. 한 달에 2만 원을 내면 최대 5만 원까지 환급받을 수 있는데, 어쨌든 유료형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탈이 좀 있지 않을까 걱정했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꾸준하게 이용해 주고 계시더라고요. ‘2만 원이 아까우니까 해지해야지’가 아니라, ‘더 많이 타야지’가 되는 거예요.
신유진 유료 요금제가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데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물론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적합한 교통수단들을 제공하는 게 1순위겠지만, 그다음으로 좋은 요금제를 설계해 놓으면 더 시너지가 나는 것 같습니다.
이응패스로 인한 사회적 편익도 컸다고요.
신유진 이응패스로 인한 지역경제 생산유발 효과,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약 32억 원 정도로 추산돼요. 연간 교통사고 절감편익, 연간 대기오염 절감편익까지 생각하면 총 77.6억 원 정도의 사회적 편익을 창출했다고 볼 수 있죠.
이러한 성과들이 셔클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여수빈 셔클이 그전까지는 DRT라고 하는 특정 교통수단 기반으로 사업 확장을 해나갔잖아요. 그런데 이응패스를 통해서 저희가 교통패스 모델도 잘 만들 수 있고, 지역마다 이동의 문제가 달라져도 유연하게 대응 가능한 확장형 모델로 설계해 놨다는 것을 보여준 거니까 저희로서는 하나의 또 다른 무기가 생긴 느낌이에요.
신유진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실 지금까지는 개인의 이동에 초점을 둔 회사였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대중교통 영역에서 다양한 이동 수단을 제공하고, 이동 과정 전반의 경험, 예를 들면 결제나 혜택 같은 것들이죠. 그런 부분들까지 서비스를 확장하고 포지션을 넓혀 가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이응패스를 운영하는 1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여수빈 한 번은 개발팀 분들하고 같이 세종시에 내려왔던 적이 있어요. 이응버스를 타보고, 어울링도 타보려고 하는데 바로 옆에서 어떤 시민분이 이응패스 앱을 켜서 대여를 하고 계신 거예요. 그때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서비스 만드는 사람들은 실제 사용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볼 때 제일 뿌듯하거든요.
신유진 그리고 저희에게 중요한 또 다른 유저는 지자체 담당자분들인데요. 그분들이 저희가 만든 관제 시스템을 굉장히 잘 사용하고 계신다는 걸 알았을 때 굉장히 뿌듯했어요. 셔클의 장점 중 하나가 서비스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직접 데이터를 확인하실 수 있도록 관제 시스템을 제공한다는 점이거든요. ‘이 관제 시스템은 정말 편리하다, 매일 사용하고 있으니 없어지면 안 된다’ 이런 말씀을 해주셔서 앞으로도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이응패스, 그리고 셔클은 또 어떻게 발전이 될까요? 계획 혹은 바람이 있으신가요?
신유진 결국 교통패스는 대중교통을 더 많이 타게 만드는 도구로서 존재하는 거잖아요. 어떤 순간에, 또 어떤 교통수단에 어떤 혜택을 줘야 더 많은 분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될지 계속해서 고민하고 고도화해 나갈 예정입니다. 셔클 플랫폼 관점에서는 ‘유니버설’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중요할 것 같은데요. 대중교통이라는 건 누군가한테만 특별히 편한 게 아니라 모두에게 편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청소년이든, 어르신이든, 장애인이든, 임산부든, 외국인이든 누구나 보편적으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