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시범사업, 그 도약의 기록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이 추진하는 경제혁신 파트너십 프로그램(EIPP)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헝가리 수요응답교통 시범사업은 단순한 해외 서비스 테스트가 아니라, 한국형 모빌리티 플랫폼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도전이었습니다. 헝가리 현지의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를 넘어, 결국 첫 번째 탑승객이 셔클을 이용하는 순간을 만들어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봅니다.  

이번 헝가리 시범사업에서 어떤 업무를 맡으셨나요? 

심은지  저는 글로벌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요. 사업 담당이라고 하면 보통 프로젝트 사업 구조를 설계하고 예산이나 법적인 부분을 검토하면서 파트너 기관들과 사업 여건을 조율하는 일을 하는데요. 이번 헝가리 시범사업에서도 같은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백인진  저는 헝가리 시범사업에서 서비스 기획 업무를 담당했고요, 사업에서 정리된 요구사항을 기반으로 서비스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할지 정책을 수립하고 UX, 개발 등 내부 협업자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번 헝가리 시범사업은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심은지  이번 사업은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함께하는 사업이에요. 주요 협력국을 대상으로 정책 및 기술 자문을 제공하는 경제혁신 파트너십 프로그램(EIPP)의 일환으로 저희가 헝가리에서 수요응답교통 시범사업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다양한 나라 중 헝가리가 선정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심은지  EIPP는 주로 개발도상국과 함께 협력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시범사업을 진행할 후보지로는 주로 동유럽 국가들이 많았어요. 그중에서도 논의가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곳이 헝가리였죠.

사업 진행 프로세스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요? 

심은지  일단 제가 먼저 우리나라 정부 기관이나 헝가리 현지 기관과 소통하면서 사업 구조를 조율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 몇 대를 운영할 건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건지 큰 틀에서 협의하고 관련 내용을 서비스 기획 파트에 공유해 드렸죠.  

백인진  저는 은지 책임님께서 공유해 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서비스 정책을 수립했어요. 여기에는 우리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 해당 서비스는 어떤 것들을 준수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는데요. 이러한 내용들을 실제로 구현하기 위해, 그다음으로 UX 파트에서 호출 앱이나 운영 툴에서의 인터페이스 같은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동시에 개발이 함께 이루어졌고, 개발이 어려운 부분은 다시 서비스 기획이나 UX 쪽에서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죠. 이 과정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나서는 품질 테스트를 진행했어요. 이 서비스가 과연 우리가 기획한 대로 움직이는지를 살펴보는 시간이었죠. 그런 다음 오류가 있는 부분들은 수정해서 실제 서비스를 오픈하게 됐습니다. 프로세스의 큰 틀은 국내 사업을 진행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이번 시범사업은 헝가리 북부의 괴될뢰(Gödöllő)라는 도시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이 지역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심은지  헝가리 교통청으로부터 어느 지역이 적합할지에 대한 의견을 받았어요. 그중 하나가 괴될뢰였는데, 여기가 수도인 부다페스트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져 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부다페스트로 출퇴근을 하시는 분들도 많고, 아이들이 있는 가정이나 부부끼리 사는 가구의 비율도 높았습니다. 한국으로 치면 분당 같은 느낌인 거죠. 그런데 여기가 12개의 버스 노선을 버스 5대로 감당하고 있었어요. 특히 거주 지역에는 교통수단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었죠. 배차 간격도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로 긴 편이고요. 그래서 수요응답교통을 통해 이 대기 시간을 좀 줄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셔클의 국내 서비스 지역 중, 괴될뢰의 교통 환경과 비슷하게 느껴지는 지역이 있었나요? 

백인진  완전히 같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보령 미산이나 광주 퇴촌 같은 국내 농어촌 지역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12개 노선을 버스 5대로 운행하고 있기 때문에 운송 수지가 좋지 않고, 그래서 자차 이동 비율이 높죠. 부다페스트와 30분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나 빌딩이 아닌 단독 주택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슷합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농어촌 지역이 주택과 주택 사이가 굉장히 먼 것에 비해, 괴될뢰는 주택 간 사이가 그렇게 멀지는 않은 편이에요.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죠. 

교통 환경이나 법규 같은 부분에 있어 우리나라와 많은 부분이 달랐을 것 같은데, 사업 준비하시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다르게 느껴지셨나요? 

백인진 아동의 대중교통 이용과 관련해, 국내와 유사하긴 하지만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14세 미만의 경우 운전기사의 재량으로 단독 탑승을 거부할 수 있다거나, 10명의 아동당 최소 1명의 보호자가 동반되어야 하는 부분 등이 국내와 달랐죠. 교통 법규는 국내외가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 오히려 언어와 문화차이로 인한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 프로세스에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심은지  아무래도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소통하다 보니, 요청사항을 구체화해서 전달하는 데 평소보다 시간이 더 소요되거나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일도 있었어요. 중간에 상대측 담당자가 변경되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결국 유연하게 소통하며 조율한 끝에 시범사업을 무사히 진행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서비스하는 수요응답교통 플랫폼에 대한 스터디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심은지  북미와 유럽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네덜란드 회사가 있어요. 거의 한 15년 전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가장 큰 규모의 회사인데, 처음에는 전화 호출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앱 호출로 전환을 한 상태죠. 다만 이건 주로 서유럽 지역의 이야기고, 동유럽 지역은 앱 호출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어요. 또 유럽 전반에서는 수요응답교통에 예약 기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사실 이 부분이 꽤 큰 과제였습니다. 현지 기관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왜 예약 기능이 없느냐’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았거든요. 하지만 셔클의 강점은 실시간 수요에 최적 경로로 차량을 배차하는 알고리즘에 있어요. 이 방법이 운송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국내 서비스를 통해 입증한 바 있고, 예약 방식으로는 저희가 가진 강점을 살리지 못한다고 판단했죠. 긴 설득 끝에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셔클의 기존 방식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게 다른 경쟁사와의 차별점이 될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호출 방법은 어떻게 정리됐나요? 

백인진  익숙한 전화 호출 방법을 함께 고려하려고 했지만, 고객센터를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번 헝가리 시범사업에서는 앱으로만 호출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이게 또 저희만의 차별점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또 괴될뢰 지역이 평균 연령대가 높지 않거든요. 60대 미만 인구가 80% 이상을 차지하죠. 그래서 앱 호출을 활성화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거라고 봤습니다.  

서비스 오픈 후, 현지에서는 어떤 반응들이 들려오고 있나요? 

백인진  다행히 대부분 긍정적인 뉴스였어요. ‘이런 첨단 시스템이 우리 도시에 들어와서 좋다’,  ‘도시가 발전하는 것 같다’, ‘요금이 무료여서 좋다’ 등등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특정 POI(Point-of-interest)에 대한 요구도 있었는데요. 괴될뢰에 테스코라는 마트가 있는데, 원래 있던 무료 셔틀버스가 사라졌나 봐요. 그래서 이 마트를 정류장으로 포함해 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런 걸 보면 그래도 괴될뢰 시민분들이 저희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싶은 마음들이 있으신 것 아닐까 싶습니다.   

서비스 오픈하고 감회가 새로우셨을 것 같은데요. 준비 과정을 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심은지  헝가리어가 동유럽 언어 특성상 단어가 굉장히 길어요. 앱 안에 버튼을 설계할 때 이 긴 단어들을 어떻게 담을지가 큰 고민이었죠. 처음에는 번역 품질도 완벽하지 않아서 다소 어려움이 있었는데, 현지 통역을 맡았던 에스더가 매우 큰 도움을 줬습니다. 통역은 물론 앱 번역 검수까지 꼼꼼히 도와주셔서 큰 산을 넘을 수 있었어요. 

백인진  저는 아무래도 첫 탑승객이 발생한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현지에 출장을 가셨던 다른 담당자분께서 첫 탑승객과 찍은 사진을 저희 업무용 메신저에 공유를 해주셨을 때 모두가 ‘와!’하고 소리를 질렀죠(웃음). 초기 탑승객들의 에피소드도 하나하나 다 기억이 나는데요.  어떤 분은 차가 두 대인데 두 대가 다 고장이 나서 셔클을 이용했고, 또 어떤 분은 아빠가 사용해 보라고 권유를 해서 엄마 그리고 자매와 함께 이용했죠. 이런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결국 누군가 우리 서비스를 우리가 의도한 대로 이용해 주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헝가리 시범사업은 셔클에게 있어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시는지, 앞으로 셔클이 해외 진출을 하는 데 있어 어떤 역할을 했으면 하는지 궁금합니다. 

백인진  이번 시범사업은 셔클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작동한다는 걸 증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운행 기간은 12주 정도로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그 안에서도 충분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헝가리에서 시작해 다른 동유럽 국가들, 그리고 더 많은 해외 국가들에서 저희 셔클이 서비스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으니까요. 이번 시범사업이 앞으로 셔클의 더 많은 해외 진출에 대한 마중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심은지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현대자동차 내부의 다른 팀들과도 협업하면서 더 다양한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고 싶어요. 이번 시범사업이 좋은 선례가 된다면 앞으로 현대자동차 전체 전략과 맞물린 글로벌 모빌리티 사업이 가능할 거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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