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 편의를 넘어 학습권 보장으로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는 대지면적 4,109,000㎡로 여의도 면적의 절반에 달하며, 240여 개의 건물에 4만 명 이상의 인원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학생들의 세부 이동 수요를 충족하고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현대차그룹과 서울대학교가 손을 잡았습니다. 민·관·학 협력 모빌리티 얼라이언스인 NUMA(Next Urban Mobility Alliance)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서울대학교 교내 DRT 실증은 친환경과 포용성을 함께 고려한 국내 대학 최초의 시도입니다.
인터뷰이 이한영(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연구원), 원동인(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연구원), 김경진(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재학생), 김윤상(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재학생)
현대차그룹과 서울대학교가 함께한 이번 캠퍼스 모빌리티 실증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원동인 서울대학교는 지형적 특성상 캠퍼스 부지가 넓고 경사 간 고저 차가 심한 편이어서 학생들이 구내 이동을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었는데요. 기존 셔틀버스나 시내버스가 구내 이동을 돕긴 하지만 아무래도 세부적인 이동 수요까지 반영하기는 어렵다 보니, DRT 도입을 통해 학생들의 편의를 높이고자 했습니다.
현대차그룹과 서울대학교는 각각 어떤 역할을 맡았나요?
이한영 서울대학교에서는 실험 설계, 캠퍼스 통행 환경 분석, 수요 조사, 참여자 모집, 데이터 수집과 같이 전반적인 연구 과정을 담당했고, 현대차그룹은 차량 및 플랫폼 제공, 운영 등 기술적인 지원을 담당해 주셨습니다. 덕분에 캠퍼스 내에서 원활한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었어요.
(왼쪽부터) 이한영 연구원, 원동인 연구원
이번 실증에서 DRT는 어떤 식으로 운영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원동인 이번 실증은 단순히 차량을 운행해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캠퍼스에 최적화된 서비스 모델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사전 모집을 통해 선정된 연구 대상자에게만 앱 호출 권한을 부여하는 클로즈드 베타 형식으로 운영했는데요. 실증 기간에는 연구 대상자분들의 실시간 설문과 요청 사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정류장 위치나 운행 경로를 실시간으로 조정했습니다. 동승 허용 여부나 운영 시간 및 차종 등을 변경해 보기도 하면서 캠퍼스에 최적화된 모델을 찾기 위해 다양한 운영 실험을 시도했습니다.
이한영 차량의 경우 지속 가능한 캠퍼스를 지향하는 서울대학교의 가치에 맞게 친환경 전기차인 ST1 기반 DRT 차량과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기아 PV5 WAV 차량을 각각 한 대씩 도입해 운영했습니다. 미래 모빌리티가 갖춰야 할 친환경적인 측면뿐 아니라 이동 약자를 향한 포용성까지 고려한 구성이에요. 기존의 장애 학생 지원센터 차량이 등록과 예약 기반으로 운영됐다면, 이번 실증의 PV5 차량은 갑자기 다리를 다쳤다거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가 있는 경우 등 비정기적·즉시적 이동 수요까지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다양한 구성원들을 포용하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실증 전, 평소 캠퍼스 내에서는 주로 어떻게 이동하셨나요?
김경진 시내버스 혹은 셔틀버스를 주로 이용했습니다. 간혹 자차로 오가거나 택시를 부르는 친구들도 있고요. 빠르게 이동해야 할 때 버스가 오지 않으면 뛰어가거나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서울대학교 캠퍼스가 경사진 곳이 많다 보니 도보나 자전거 이용 환경은 좋지 않은 편이었어요.
가장 불편했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김윤상 시내버스나 공유 자전거는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하잖아요. 한 번 두 번 계속 쌓이다 보면 학생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더라고요. 특히 버스는 실제로 제가 가야 하는 건물과 정류장 간 거리가 꽤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서 돈을 내고 타더라도 내려서 또 걸어야 한다는 불편이 있었죠.
김경진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아예 버스를 타지 못하는 상황도 생겨요. 그래서 지각을 한 적도 많은데요. 교수님들께서도 이러한 교내 교통 상황을 다 인지하고 계셔서 웬만하면 이해해 주시는 편이긴 하지만, 지각한 만큼 앞부분 내용을 놓치게 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제가 보게 되는 거니까 조금 억울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교내 이동 때문에 학습에 방해를 받는 상황이 생기는 거군요.
김윤상 맞아요.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강의실에서 연달아 수업받아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수강을 포기한 적도 있었어요.
(왼쪽부터) 김경진 학생, 김윤상 학생
이번 실증을 통해 DRT를 경험해 본 소감은 어떠신가요?
김경진 기존 셔틀버스나 시내버스는 사람이 많아서 여름엔 덥고 불편할 때가 많았는데, DRT는 일단 호출하면 제 자리는 확보가 되는 거니까 굉장히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었어요. 정류장도 조금 더 안쪽까지 설정해 주셔서 도보를 이용하는 시간도 많이 줄었습니다. 또, 기존 셔틀버스 같은 경우에는 배차 간격 정보만 있어서 도착 예정 시간에 대한 예측이 어려웠는데, DRT를 이용하면서 그런 부분도 해소가 되어 좋아요.
김윤상 저는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요. 제가 주로 수업을 듣는 건물에서는 도서관에 가려면 환승을 해야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셔틀을 호출하면 한 번에 도서관까지 갈 수 있어서 정말 편리합니다. 그리고 기사님이 정말 친절하세요. 한 번은 제가 핸드폰 배터리가 부족해서 기사님께 차 안에 충전기가 있는지 여쭤봤는데, 없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런데 그다음에 탔을 땐 충전기를 준비해 주셨더라고요. 그런 섬세한 피드백까지 반영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DRT가 정식으로 도입된다면 어떨 것 같나요?
김경진 지금도 제가 이 실증에 참여하고 있다고 하면 친구들이 ‘왜 너만 좋은 거 타냐’고 농담 삼아 한 소리 하는데요(웃음). 정식으로 도입되면 인기가 정말 많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기존 셔틀버스는 전부 고상 버스라서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계단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아요. 지금처럼 휠체어 탑승 가능한 차량이 함께 도입된다면 장애 학생들의 이동권 향상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김윤상 이동에 필요한 시간이나 노력이 줄어든다면 그만큼 공부나 동아리 활동 등 다른 생산적인 일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 실증을 통해 기대하고 계신 미래 캠퍼스 이동 환경의 변화에는 어떤 게 있나요?
이한영 지금 많은 학생이 주로 시내버스나 기존 셔틀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자차 혹은 택시를 이용하거나 자전거와 킥보드 같은 PM을 이용하는 분들도 많아요. 여기에 배달 차량이나 오토바이까지 교내에 너무 많은 교통수단이 혼재된 상황인데요. 이 가운데 DRT가 승용차를 대체하면서도 이용자의 이동 편의성은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기차가 도입된다면 부가적으로 탄소 중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고요.
이번 실증 데이터는 다른 국공립 대학에도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라고요.
원동인 우리나라 국공립 대학 중에서 서울대학교처럼 면적이 크고 지형적으로도 유사한 특성을 가진 곳이 많아요. 그렇다 보니 건물 간 이동 부담이 크다는 게 공통적인 불만 사항으로 나타나는데요.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 대학 최초의 DRT 실증 사례로서, 교내 이동성 개선이 곧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향후 유사한 문제를 가진 대학들이 DRT를 도입하는 데 있어 기준점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실증 이후 추가로 개선 및 검증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한영 DRT의 효과가 유연한 경로 생성 덕분인지, 승하차 지점의 자율성 덕분인지 명확하게 측정하는 연구를 하고 싶어요. 지금은 이용자의 요청에 따라 경로를 바꾸는 ‘유연형’ 방식으로만 운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정해진 경로를 오가는 ‘고정형’ 노선도 함께 운영해 두 방식을 비교해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하면 넓은 캠퍼스에서는 어떤 방식이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지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또한 휠체어 이용 학생을 비롯, 더 다양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누구나 더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동 서비스가 되도록 접근성과 포용성도 계속 검토해 나갈 계획입니다.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원동인 이번 실증을 통해 느낀 건 서울대학교 안에서만 해도 이렇게나 다양한 이동 수요가 존재한다는 점이었어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라고 한다면, 아마 공공 교통도 이렇게 더 개인 중심으로 활성화될 거라고 보고 있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DRT가 이 개인 중심의 이동을 보완해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련 연구를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이한영 현대차그룹의 기술과 플랫폼, 서울대의 실험 환경과 연구 역량이 만나 이번처럼 좋은 실증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지금 이 NUMA처럼 계속해서 다양한 기관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협력해서 더 나은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를 만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